[건강]척추질환, 무조건 칼 대지 마세요
ㆍ내시경으로 통증 유발하는 염증·부종 제거…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 가능
자영업자인 김세호씨(60)는 허리가 너무 아파 움직이기 어려워 병원에서 검사를 해봤는데, 의외로 아주 경미한 디스크라는 진단이 나와 의아했다. 반대로 직장인 박지호씨(52)는 살면서 종종 허리가 불편하기는 했지만 통증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었는데, 병원에서는 디스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허리가 '아픈 정도'와 척추질환의 '중증도'는 반드시 비례하는 것일까. 김씨와 박씨의 경우처럼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실제 심각한 척추질환이 아닌 경우도 있고, 허리가 전혀 아프지 않았는데도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척추질환이 상당히 진행돼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은 돌출된 디스크가 주변 신경을 눌러 통증을 일으키거나 다리가 저리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많은 환자에서 이런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디스크 환자 중에는 디스크가 돌출된 직접 원인보다 주변 조직의 염증과 부종이 신경을 눌러서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척추관협착증도 마찬가지다. 뼈가 자라거나, 노화된 디스크가 주저앉아 신경을 압박하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이를 부추기는 것이 바로 염증과 부종이다. 즉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이 있어도 염증과 부종이 신경을 누르지 않는다면, 통증이 없어 일상생활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디스크 주변 조직의 염증과 부종도 요통 원인
따라서 척추질환이 있을 때 통증만 효율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면 개인의 상태에 따라 꼭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척추질환인 디스크만 살펴봐도 꼭 수술해야 하는 경우는 10~20% 내외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외 대다수의 환자는 통증을 줄여주면서 안정을 취하면 척추 스스로 자연 치료될 수 있다.
척추통증전문병원인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은 "인간에겐 스스로 치유하는 자생력이 있어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하면 스스로 건강한 제자리로 찾아가게 되는데, 비수술요법은 바로 이러한 것에 초점을 맞춰 자연치유되는 기간 동안 통증을 줄여주는 것"이라며 "다만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방법이 다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충분히 상의한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척추질환 비수술요법'은 내시경으로 통증을 일으키는 염증, 부종 부위를 찾은 후 제거하는 방법이다. 돌출된 디스크 등 근본원인은 통증을 없앤 후 운동이나 재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치료되게 한다.
비수술요법으로는 '경막외 유착박리술(신경성형술)'과 '경막외 내시경술'이 있다. '경막외 유착박리술'은 통증 부위에 가느다란 관(지름 2㎜·길이 40~50㎝)인 카테터를 바늘을 통해 삽입해 영상장치를 보면서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시술시간은 15~20분 정도로 국소마취로 시술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고령자들도 체력에 큰 무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 또 피부절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회복이 빨라 치료 후 바로 일상생활 복귀도 가능하다.
내시경 치료법, 간편하고 효과 뛰어나
'경막외 내시경술'은 척추 신경을 싸고 있는 경막 바깥쪽으로 내시경을 넣어 염증이 심한 부위를 직접 보면서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꼬리뼈를 통해 척추 사이 공간으로 내시경을 삽입하기 때문에 신경주위 조직에 상처가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척추질환을 수술로 치료할 때 디스크의 경우 피부절개를 해야 하며, 길게는 1시간까지도 수술을 하고, 회복기간 역시 한 달 정도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막외 내시경술'은 매우 간편하고 환자의 육체적 부담을 한층 감소시킨 유용한 방법이다.
'경막외 유착박리술'과 '경막외 내시경술'은 이 같은 시술의 간단함과 편의성뿐 아니라 효과도 매우 좋아 만족도가 높다. 실제로 세연신경통증클리닉이 2006년부터 2008년 10월까지 디스크 및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 환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경막외 유착박리술'을 시행한 결과 약 79%의 환자에서 통증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나타냈다. '경막외 내시경술' 역시 80% 이상에서 통증 완화효과는 물론 질환 자체의 증상도 크게 호전되는 효과를 보였다.
최 원장은 "비수술요법은 수술 후 유착이나 출혈 등 수술 합병증으로부터도 안전한 방법"이라고 장점을 소개하며 "특히 척추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을 느끼는 '난치통증' 환자들의 경우에도 탁월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 현재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많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현원 헬스경향기자 iamhw76@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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