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여년 전에 일이었어요.
어느 산골의 골수 양반집 종부가
삼십세가 되도록 임신이 안 되었다
한약도 달여먹고
정한수 떠놓고 빌어도 보았지만 무소식
그러던 중
이웃동네 서울댁이 읍내 산부인과에서
해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민하던 종부는
마침내 아무도 모르게 산부인과에 갔다
진찰실에 들어가니
간호사가 휘장이 쳐진 칸막이 뒤로 안내를 했다
"옷벗고 누우세요"한다
벗고 눗다니
남편 이외의 누구에게도 살을 보인 적이 없는데
그냥 그자리에 서 있으려니
잠시후 휘장을 젖히고 의사가 들어왔다
"왜 아직 안벗었어요"
하더니
휘장 밖의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산부인과 에서는 이래서 잉태를 하나보다
등골에 식은 땀이 흐르는 걸 느끼며
용기를 내서 침대 위에 올라갔다
그러나
어찌 옷을 벗는 단 말인가
그때
의사가 또 들여다 보더니
"빨리 벗고 누워요"
하지 않는가
종부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선생님이 먼저 벗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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