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친구의 편지

적성산이야기

북벽 2009. 6. 23. 08:37

 

여름 적상산에 올라


단풍이 붉게 물드면 마치 여인의 붉은 치마폭과 같다는 무주 적상산(赤裳山)을 가을이 아닌
여름에 올랐다. 신록의 치마속을 걷는 상쾌함이랄까  여름 적상산은 푸르름 그자체였다.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이지만 양수발전소가 생기기전에 등산을 다녀 왔기에
산에 대한 기억이나 등산로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적상산은 양수발전소 덕분에 거의 정상인 안국사까지 차량이 올라갈 수 있어 등산이라기 보다는
드라이브 코스다. 꼬불 꼬불 산길을 돌고 돌아 우선 안국사(安國寺)을 향해 차도 힘겹게 오른다.
가는 길이 재미있다. 해발 600m, 800m 란 이정표가 도로변에 설치되어 있고, 다람쥐들이
도로변에 나와 겁(?)없이 이리저리 이동한다. 오가는 차량을 구경이라도 하는듯
멀리 도망가지도 않는다. 익숙해진 모습이다. 안국사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에 도착했다.
안국사는 우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뒷쪽으론 적상산 정상이, 남쪽으론 탁트인 모습이 우리 어릴적 고향 마을 같은 기분이 든다.
안국사는 양수 발전소 설치 때문에 지금의 상부댐에서 이곳 호국사지로 이전, 중창한 사찰이란다.


먼저 산으로 오른다. 내려오는 길에 안국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산에 오르는길. 숲속길이 너무 시원하고 신선하다. 쌓인 낙엽은 발걸음을 편하게 만든다.
전망 좋은 안렴대에서 저 아래를 내려다보는 상쾌함이란 한 여름 더위도 잊게 만든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경쟁하듯 남으로 남으로  내달렸다.
저 멀리 덕유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 스키 슬로프도 확연히 보인다.
아주 맑은 날에는 마이산도 보인다는데 오늘 내 눈엔 보이지 않았다.


산위에서 부는 바람은 정말 시원하다.
이제 산에는 꽃이 마무리 되었건만 높아서 일까 ?  층층 나무는 아직
그 아름다운 꽃을 남겨 두었다.
숲길 나무밑, 그늘 잎새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 저 아래서 부터 바람에 실려온
밤나무 꽃 향기는 깊은 산속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 향기에 취하며 사방을 돌아보는
풍경 모습은 비경 그 자체다.산으로 둘러 쌓인 초록성지다.

 

한장의 풍경 엽서다.아니 사각틀만 만들면 풍경 액자가 된다.

그 초록 아래 그늘에서 준비해온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밖에서 먹는 김밥은 왜 더 맛이있을까? 꿀맛이다.

생수와 김밥 한줄의 점심이지만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푸르른 녹음.  짙은 초록 빛깔은 이제 결실을 향해 치닫는다.
이곳의 초목들은 열매 맺기를 서둘러야 한다.
금새 겨울이 찾아오고, 눈이 내리기 때문이다. 한바퀴 정상을 돌아 차를 두고 온 안국사로
내려가는 길. 철제 계단에 타이어를 절단해 만든 깔판이 인상적이면서 발걸음을
편하게 해준다. 안국사 경내.  세계의 불상을 수집해 모신 성보 박물관과 그 옆 찻집, 기념품
판매소는 오늘 문을 열지 않았다.


극락전, 삼성각, 지장전 ,범종각,해우소등 사찰 건물을 돌아본다
주변의 계단, 놓인 돌 하나에도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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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지붕과 맞배지붕이 공존하는 사찰 건물.
맞배지붕엔 풍판이 설치되어 비 바람을 막아준다.

 

풍경 소리만이 한적한 여름 산사의 오후 적막을 깨울 뿐
스님들의 독경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지나는 바람이 흔들어 대는 나무잎 소리.
담벼락 타고 오르는 담쟁이 모습. 아름답게 피었지만 한송이 붉은 작약은 외롭게만 보여진다.


산사를 둘러보고, 양수 발전소 전망대로 향한다 1988년 부터 7년에 걸친 공사 끝에, 담수를 거쳐
1995년 준공한 무주 양수 발전소.
전력이 남는 심야에 펌프로 물을 다시 퍼올려 저장 했다가
낮에 물을 흘려 보내면서 발전을 하는 시스템인데 공사비가 무려 2997억이 들었다고 한다.
그 당시 대역사라 아니할 수 없었으리라.


발전 용량도 30만KW급 2기가 설치되어 우리나라 3대 양수 발전소 중의 하나란다.
전망대에 오르는 계단이 높은 편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저 아래
무주호가 눈에 들어온다. 하부댐 이다 . 숲과 신록, 물이 어울어진 한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고, 깨끗하고, 예쁘다 .그야말로 어느 돌 이정표에 적힌 글 처럼 천하만인에
보배로운 산 적상산이다

 

 

 

 


이제 온길을 따라 내려 가는 길.
무주 반딧불이 축제에 맞추어 지난 6월 13일 오픈했다는 무주 머루 와인 터널을 향해간다.
양수발전 작업 터널을 리모델링 한 것으로 머루와인의 숙성 및 저장,
판매공간을 갖추고 있다. 입구도 깔끔하다. 터널에 들어오니 우선 서늘하다.
아니, 아주 시원하다. 양옆에 저장소도 만들어 놓고 천정엔 조명등과 머루잎과 줄기를
만들어 분위기 있게 설치했다. 입구에서 부터 250여미터 거리가 된다. 터널 길이는
500여 미터나 된단다.


머루 와인 시음장. 무주 머루 와인을 생산하는 다섯개 업체의 브랜드가 소개되어 있고,
작은 잔으로 한잔씩 무료로 시음 서비스를 한다.
시음장 앞 광장에는 머루 와인을 마실 수 있도록 오오크통 위에 유리를 얻져
테이블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간이 의자도 있어 쉬기에 좋은 분위기를 준다.

너무시원해 돗자리 한장 깔고 누웠으면 더좋를 수 가 없으련만-----.


와인 카페다 .우선 터널 속이라 너무 시원해서 좋다. 아니춥다.기온이 14~17도 정도 된단다
별도의 냉방이 필요 없는 자연시스템이다. 현장에서 판매도 직접하기 때문에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도 있단다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히느라 그곳에서 한 참을 머물렀다.
무주 반딧불이 축제와 맞 물려 방문객이 많았다.
입구에는 물레방아도 있고, 기념품과 간단한 음료를 마실수 있는 휴게실이 예쁘게
자리잡고 주차장도 넓게 만들어 놓았다.


지금은 오픈 시점이라 우선 무주군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민간에게 위탁할 예정이란다.
청정지역의 이미지에다 양수발전소. 안국사, 적상산, 무주리조트 스키장,
덕유산, 무주 주천동을 잇는 연계 관광지로 발돋음 할  수 있으리라 보여졌다.


여름산은 역시 시원해서 좋다. 바람소리도 맑다.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산 그늘, 산속을 걷는 워킹의 재미도 걸어보지 않으면 그 맛을 모른다.
산도 오르고, 산사의 정취도 느끼고, 사찰건물 구조도 공부하면서 그 아름다움이 주는
풍요로움을 몸소 느낄때 몸은 더욱 가벼워 진다

 

                             (무주엔  지금 반딧 불이축제가 열리고 있다)


산에 오른다고 피곤해지는게 아니다.그런 쾌감에 스트레스가 도망간다.
불교를 잘 몰라도 괜찮다. 꼭 대웅전 법당에 들러
절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 누구에게나 종교의 자유는 있으니까 강요됨은 없다.


나는 산에 오르면 꼭 그 주변 사찰이나 암자를 둘러본다.
기회가 되면 스님 방에 들러 깔끔한 차 한잔도 얻어 마신다.
삶과 종교와 그들의 수행과정같은 얘기 듣는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적상산은 하루 올라 즐기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


시원해서 좋고,머루 와인 한잔 마실 수 있어 좋고,
포근한 안국사에서 풍경소리 듣는 기쁨도 억제 할수 없는 소득이다.
적상산 안렴대에서 내려다 보는 산하의 풍경은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늘 간직되리라


여름 산하, 산사. 나는 그렇게 적상산과 안국사를 다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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