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산균 음료의 광고로 유명세를 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광고를 언뜻 잘못
보면 몸에 좋은 세균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위 속에서 살면서 강한 산을 분비하
는 독한 세균이다. 당연히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나 십이지장의 보호점막을 파고 들어가 염증을 일으켜 위
염을 유발한다. 심해지면 위나 십이지장 벽에 구멍(천공)이 나면서 출혈이 동반되는
위양을 불러 온다. 보균자의 1% 정도는 위암에 걸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B형 인슐린 저항증’ 환자의 당뇨병 발병에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B형 인슐린 저항증은 환자의 면역 기능이 인슐린
의 작용을 방해해 당뇨병치료제로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이 환자
에게서 파일로리균을 제균했더니 당뇨병이 완치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사람이 담배까지 피우면 균이 없는 비흡연자
에 비해 위암 발병 위험이 11배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숨바꼭질의 귀재’라는 데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편모를 가진 나선형 세균으로 증식 속도가 느리고 움직임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약물에 민감해 약물이 경구 투여되면 위벽의 주름 깊숙이 숨어버
린다. 영악하리만큼 약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때문에 퇴치가 쉽지 않다.
게다가 강산(强酸)인 위산에서도 사는 독한 세균이다. 산성도가 낮은 2mm의 위 점
막 안으로 파고들어가 염산을 피한다. 세균 자체도 산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점막으
로 둘러싸여 있고, 요소분해효소를 많이 만들어낸다.
침이나 위산에 많이 묻어나오는 ‘요소’는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CO2)와 암모
니아(NH3)를 배출하는데 이 알칼리성인 암모니아가 위산을 중화시켜 균이 살아남는 것
이다. 그래서 요소분해효소는 헬리코박터균의 유무를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이용
된다. 헬리코박터균은 △오염된 물이나 채소 △내시경검사 장비 △술잔 돌리기 △찌
개 여럿이서 함께 떠먹기 △입맞춤 등 입으로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감
염률은 성인이 70%에 달해 미국(10%)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김현우 내과 전문의는 “술잔을 돌리는 습관이나 여러 명이 수저를 이용해 한
그릇의 음식을 먹는 우리나라의 식이 습관을 고쳐야할 필요성이 높다”며 “특히 위암
의 가족력이 있거나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
다”고 강조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여부는 혈액검사나 위내시경검사, 요소호기검사
등을 통해 알수 있다. 세균을 없애는 제균치료는 2, 3가지 약물을 1, 2주 동안 복용
하면 1주일 후 약 80%, 2주 후 90% 정도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치료 후 1, 2개월 안
에 위내시경 등 재검사를 통해 제균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보통의 경우는 위 건강 상태를 살
펴 치료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위궤양 환자가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하지 않고
위장약만 복용하면 궤양 치료 후에도 자주 재발하게 되므로 궤양이 있거나 위암 수술
을 받은 사람,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제균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
했다.
[김소현 MK헬스 기자 swbs@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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