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청남대에서의 하루
귀한 손님이 오셨다. 하루 대전근교를 안내해 드려야 하는데 어딜갈까 망설인다.
동학사 계곡(?) 아니면 갑사등 사찰과 부근 계곡을 방문할까 하다가 대청호반의
아름다운 대통령 별장, 청남대(靑南臺)를 가기로 결정했다.
청남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지 어언 6년. 그동안 방문객이 410만여명이 넘었다고 한다
개방초기에는 인터넷 예약이 필수였지만 지금은 예약 없이도 언제든 갈 수 있다.
단지 조금 불편한것은 문의면 청남대 매표소 버스승차장에서 순환버스를
이용해야 하는것이다. 내가 사는곳은 대전이니까 그렇지만 서울이나 기타 도시에서는 새로
개통된 청주-- 상주간 고속도로를 이용, 문의 I.C를 이용하면 금새 이곳
버스 승차장을 만날 수 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휴가철이라 그런지 버스가
좌석이 차면 곧 바로 출발하는데도 기다려야 했다. 왕복 버스로 2,400원,
입장료가 5,000원이다. 구불 구불 대청호반을 따라 버스는 움직인다. 승차장을 출발한지 20여분,
청남대에 도착했다
청남대는 20여년간 다섯분의 대통령께서 휴식을 하시며 국정을 구상하셨던 역사의
현장으로 삼엄한 통제로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본관 주변의 아름다운 반송은 정말 보기 힘든 조경수였다. 200년이 넘었다는
뒷편 모과나무도 멋지다. 나는 두번째 방문이기에 본관의 내부 모습은 그리
관심이 가지 않았다. 어느해 가을, 처음으로 왔을때 아름다운 단풍
모습에 빠져들고 말았다 특히 은행나무 잎 수북히 쌓인 산책로에서---.
헬기장 옆에 세워진 조형물
"여름 청남대"는 어떨까?
아마도 다섯분의 대통령께서도 여름 휴가를 이곳에서 보내시지 않았을까?
추측이 되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울창한 나무숲, 대청호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여름꽃, 넓은 잔디광장. 모두가 신선하고 생기가 넘친다
본관을 둘러보고 오각정 가는 산책길로 접어든다.
대통령 및 그 가족들이 가장 많이 산책길로 이용 하셨다는 곳이다.
바닥이 마사토로 되어 있어 발도 편하다. 주변에는 비비추등 여름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울창한 나무숲이 좋다.
삼림욕 구간이다. 피톤치드 향기가 마구 몸에 스민다.
정자에 오르니 저 앞에 이번 장마비로 가득찬 대청호수가 잔잔한 물결을
일렁이며 넘실댄다 거의 만수 상태다. 햇빛이 호수에 내려 은빛
물결을 반사시킨다. 바람이 무척 시원하다. 넓은 호수 물길위를 지나온
바람이기 때문인가 보다.
이 호젓한 산책길.
개방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침묵속에 잠겨 있었으리라. 거슬리는게 있다면
겹겹히 쳐저 있는 철조망이다. 그 당시는 대통령 경호상 필요했겠지만 지금은 불필요한
철제 구조물만 남아 있었다. 호수위에는 경비선이 뜨고, 물 안에도
그물망이 쳐저있단다. 그리고 또 여러겹의 울타리 철책선
국가 최고통치권자의 경호는 그토록 어려웠나 보다.
오각정을 돌아 다시 본관옆 잉어 양식장으로 내려간다. 가는 길목 넓은 잔디밭이
평화롭다 조각물 몇점, 꽃 장식물에 핀 붉은 사피니어와 푸른 잔디가 조화를 이룬다
큰 양어장에는 음악분수도 설치되여 있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볼 수가 없었다
기다릴수도 없고....
그저 연못위에 핀 아름다운 수련 꽃 모습에 만족하고,
유영하는 비단잉어 눈 요기에 관심을 두어야 했다.
그리고 그 뒷편 메타스콰이어 나무.하늘 향해 죽죽 뻗어 자란 나무 모습과 잘 만들어진
쉼터, 물을 너무 좋아한다는 메타스콰이어. 나무 뿌리 부분에
잉어 양식장에서
퍼올린 물이 작은 냇가를 만들며 흐른다.
양어장 바로 위에 조성된 메타스콰이어 숲
바람, 그늘, 물, 그리고 쉼터
울창한 메터스콰이어 나무가 6열로 열병하듯 줄 맞추어 서 있다
그 나무 그늘에서 한참을 쉬었다.
올라오는 길,
청남대 명판이 걸린 본관 입구옆에 대나무 동산이 있다
정말 푸르게, 푸르게 작지만
빼곡히 자랐다
이곳까지 대나무가 자생할수 있다니 기후가 많이
따뜻해진 모양이다 정말 대나무 잎새는 바람에 우는 소리가 "서걱 서걱"거릴까?
책에서 많이 보았고, 들어왔기에 대나무 그늘 밑 의자에서 조용히 앉아 그 소리를 들어본다
글쎄다. 느낌이 다르다. 그래도 전남 담양 대나무 숲에서 들어야 할 소리를 이곳에서
들었기에 그것도 큰 득이 아닐까?
다시 골프장과 초가정으로 가는 길.
옆에 야외 공연장도 만들어 놓았다. 별장 시절에는 없었던 것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면서 새로 만든 모양이다.
산책길이 좋다. 큰 나무가 그늘이 되어 한 여름 따가운 햇볕에도 그저 거닐만 하다.
골프장은 이제 푸른 잔디장으로만 남겨 졌다. 흔적만 있을뿐이다.
골프를 칠 수 없기에 그럴것이다. 골프가 많이 대중화 되었건만 일반인들의 눈에 비친
모습은 아직 고급 스포츠로만 느껴지나 보다. 그늘집이라 명명된 작은 집.
바라다 보는 대청호 전망이 일품이다.
낚시터도 보이고, 선착장도 보인다. 그리고 끝자락에 초가정이란 작은집도 지어 놓았다
옛 시골집에서 쓰던 농기구도 전시 되어 있어 우리들 어린시절 초가집을 연상케 만든다.
산속으로 마련된 산책코스.
조깅을 즐겨하던 어느 대통령시절 만들었단다
초록내음이 좋고 푸른나무와 숲길이 예쁘다. 젊은 연인들 산책 코스로 으뜸일듯 싶다
본관 뒷편.(좌측 큰 나무가 200년 되였다는 모과나무다.)
이제 나오는 길
내릴때 들리지 못한 대통령 역사관을 이제야 들렸다.
경비대가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해 대통령 역사문화관으로 꾸몄다
경비단의 모습도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경비단장실도
그대로 있고 개방되면서 떠난 장병들의 아쉬운
글귀도 커다란 게시판에 아직 생생하게 남아 그 당시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이력과 그들이 사용했던 그릇부터 일반용품까지 전시되고 있었다
단지 하나 바뀌어진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일정이 이력난에 다시 붙혀져 각인되어 있었다
숲, 호수, 나무, 꽃, 산자락. 그리고 이곳을 즐겨 찾았던 다섯분들의 대통령 흔적이 사진으로
남아 영원히 기록되고 있는 청남대.
4계절 관광지로 남겨지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하지만 관광지가 오래 지속 되려면 온 사람이 또 다시 찾을수 있도록 즐길거리를 제공 해야 한다.
여행의 기본은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가 있어야 한다.
자주 이벤트도 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들어야 한다.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외국의 사례도 분석할 필요가 있고, 연구용역도 필요 하리라.
가까운 곳이니 가끔 찾아 호젓한
산책길을 거닐어 봄도 좋으리라
모시고 함께 간 손님도 흡족해 하셔서 더욱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