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성생활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사생활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쉬쉬하며 은밀히 해결하려 들게 마련이다. 특히 조루는 이런 성향이 더 심하다. 대한남성과학회는 지난 4월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27.5%가 조루를 호소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병원을 찾 아 치료하는 사람은 2%에 불과한 실정이다. 조루는 생식 능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질내 삽입 후 사정 에 이르는 시간이 정력의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한 이런 현상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 그 이면에는 조루에 대한 잘못된 속설이 무성한 탓도 있다. 문두건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그동안 음지에서 귀동냥으로 접해 온 조루에 관한 오류를 점차 시정해나가면서 적절한 치료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 조했다. ◆성기를 단련시키면 조루가 없어진다? 조루증 남성의 성기 단련기를 그린 영화 '마법의 성'(2002년)은 비록 흥행에는 성공하 지 못했지만 무려 86권의 동서양 성 지침서를 참고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이 중 성기 단련 비법으로 가 장 흔히 알려진 것이 '칫솔로 성기 문지르기''수세미로 박박 닦기''모래알로 성기 마찰하기' 등이다. 조루 의 원인이 귀두의 민감성이라면 이 같은 방법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귀두를 지나 치게 둔화시켜 성적 자극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귀두에 상처와 염증을 일으켜 치료해야 하는 상황을 맞 게 할 수 있다. ◆바르는 국소마취제가 최선의 치료다? 그동안 가장 많이 선호돼 온 방법이 귀두 등에 국소마취제를 발라 귀두의 예민성을 낮추는 것이었다. 분명 사정시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지만 지나치게 성기의 감각을 둔화시켜 성적 극치감을 느끼지 못하거나,과 용한 나머지 파트너 성기의 감각까지도 마비시킬 수 있다. ◆자위행위를 자주하면 조루가 생긴다? 인터넷에 가장 많이 오르는 조루 관련 질문 중의 하나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젊은층은 자신의 조루증을 자위행위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자위는 사정시간을 오래 끌 이유가 없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극을 가하기 때문에 빨리 사정하기 십상이다. 이른 나이 때부터 반복적으로 행할 경우는 습관적으로 사정을 참 는 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성 관계를 갖기 시작하면서 사정시간은 자연스레 조절되기 때 문에 과도한 자위가 반드시 조루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자위행위를 할 경우 자신이 사정하려는 시점을 인지하고 충분히 즐기면서 천천히 사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포경수술을 안 하면 조루 되기 쉽다? 포경수술은 성기를 청결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조루와는 관련이 없다. 물론 수술로 귀두를 노출시켜 어느 정도 외부 자극에 둔감해지도록 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포경수술을 했다고 사정시간이 지연되는 것 은 아니다. 역으로 조루가 아닌 남성 중에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알코올이 조루를 막아준다? 술을 마시고 흥분된 상태에서 성 관계를 가지면 발기뿐만 아니라 사정도 지연된다고 믿는 남성이 많다. 술 은 적당히 마시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지만 사정시간을 연장시켜주지는 않는다. 더구나 발기력이 어느 정도 감소된 40대 이상 남성은 과량의 음주로 발기력이 더 감퇴되기 때문에 오히려 일시적인 발기부전을 거쳐 다른 원인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2차성 조루가 찾아올 수도 있다. ◆콘돔을 여러 장 사용하면 조루 해결? 귀두가 민감할 경우에 콘돔을 두 장 이상 사용하면 감각을 줄일 수 있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또한 바 르는 국소마취제와 마찬가지로 귀두 감각을 둔화시켜 성감을 떨어뜨린다. 콘돔이 두꺼워지면 성적 자극을 차단시켜 발기부전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전립선질환이 조루를 부른다? 사정시간 조절에 문제없다가 갑자기 조루 증상이 나타나면 전립선질환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립선 질환으로 조루가 발생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럴 경우 다른 원인질환이 있는지 파악하는 게 현명하다. ◆정력과 조루는 정비례한다? 상관관계가 없다. 또 나이가 젊을수록 정력이 강하지만 조루증의 유병률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20~30%로 나 타난다. 다만 고령에서 빈도가 높은 남성갱년기 증상과 노인성 발기부전으로 2차성 조루증이 발생할 수 있 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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