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친구의 편지

나무가 주는 교훈

북벽 2009. 11. 17. 08:17

 

 

         초대장이 한장 배달 되였다.

         고운 단풍잎처럼 예쁜 초대장,

         그속엔 자기를 만나러 와주었으면 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_--. 조금후면 벌거벗어 부끄러운 자신을

         보여주기 싫다는 솔직함도 적었다.나무가 내게 보낸 가을날의 엽서 초대장이다.  

 

         사계절 모습을 바꾸는 나무.

         봄철, 여리고 여린  연초록의 새잎을 긴 추위속에서도  움티우고,

         여름이면 무성하게 성장하며 그늘을 주던 나무.

         이젠 열매맺고 바람결에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져 살라고 자식을 시집 보내고 나니

         스스로는 기진맥진 탈색이 되었나 보다.

 

         하지만 가을날의 탈색 모습은 추하지 않았다.더 아름다워졌다.

         여름날처럼 푸름이 없어서그렇치 오색으로 물들여졌다.

         그래서 우리사람들도 나이들수록 화사하게 입어야 한다고 했나?

         회색 일변도의 우중충함보다, 붉고 화려한 칼라의 옷을 입어야  빛나는 실버가 되나보다.

         그것도 나무에게서 배운 지혜 아닐까?

 

         나는 그의 초대를받고 그를 찾아 길을 나섰다.

         멀은 길이 아니다. 내가 늘 가던길,그 길위에 그는 있다.

         우람하게 서있다. 늘 가면 두팔로 안아 주었다. 그리고 안부를 물었다.

         잘 있었냐고?, 상처받은 곳은 없냐고? 건강 했냐고? 외롭진 않았냐고?

         두팔로 안으며 보듬어 준다, 그의 체취가 내게로 전해온다.

 

 

 

         피톤치드란 그의 향기는 나의 숨을 즐겁게 한다.

         말 없는 나무지만 나는 그와 말을 나눈다. 소리내지 못할 뿐 나는 그의 말을 전해 듣는다.

         한 여름 더웠지만 열매를 잘 영글게 했다고--.그리고 내 몸도 스스로 키워

         나이테를 하나 더 만들었다고--.태풍이 불어 오지않아 쉽게  초 가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햇볕좋고, 가뭄 없었던것도 좋았는데 큰 홍수도 없어 걱정을 덜했단다.

         운 좋은 2009년이란다.

 

         조금 있으면 잎을 떨구어야 할  시기가 오고, 그러다보면 자신의

         부끄러운 속살을 보여 주어야 하기에 지금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초대장을 보냈단다.그도 반가운 모양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들에게 한마디 충고를 전했다.

 

         사람들은 너무 불평이많다고, 만족할 줄 모른다고,

         조금만 더워도 난리들이고, 기온만 좀 내려가도 호들갑 떤다고 --

         절제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삶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자기들의 생태가 바뀌고 있단다.  지구온난화, 얘기는 많지만

         이행되는 것은 미미하다고. 조금만 움직여도 자동차를 이용하고

         건물 3층도 에레베타를 이용한다. 어렵다고들 하지만 승용차 대수는 늘어만 간다.

         나만은 괜찮겠지하는 욕심이 지구를 점점 뜨겁게 만든단다.

 

          나무는 불평을 모른다, 태어난곳에서 평생을 보내야 한다.

          좋든 싫든 그건 그의 범위밖이다. 옮겨갈 수 가 없다.

          그렇다고 태어남을 고민 하지도 않는다.원망하지도 않는다.

          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이로움을 준다, 녹색 삶터를 제공한다.숲을 만든다.

 

          사람인 (人)변에 나무목(木)을 붙이면 쉼(休)이 된다.

          사람이 나무와 같이 할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그늘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나무를 떠나서 살 수 가 없다.마치 새들 처럼---.

 

          나무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라.  황량한 대지위에 모래뿐인 사막 아니겠는가?

          생각만 해도 숨이막힐 지경이된다.하지만 우리들은 늘 바라보는 산이 있기에

          아무도 그 풍요로움을 잘 모른다, 아니 잊고 산다.고마움을 모른다.

 

          한 여름 동네 어귀 느티나무는 어르신들의 쉼터다.

          정자나무 아래서 더위도 식이고, 오가는 사람들 만나 얘기꽃을 피우며 소일도 하신다.

          서울간 뒷집 영자 얘기부터 재 너머 참판댁 김 영감 병원 입원 소식까지.

          그곳은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하고 소문의 근원지도 된다.

          동네 어귀 느티나무는 그렇게 동네의 희노애락을 가슴에 담고 큰다.

          동네의 역사를 간직한 박물관이 되기도 한다.

 

          이제 가을이 저문다, 어제는 아주 잠시였지만 눈발이 날렸다.

          물론 바닥에 쌓이진 않았다.하지만 금년 가을들어 대전에 처음 내린 눈이다.

          그 만큼 계절은 겨울로 치닫는다.오늘도 무척춥다.

 

          추위에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애처롭게 보일날도 머지않았다.

           11월도 중순을 지났다. 곧 겨울이다. 게절의 변화는 달력의 숫자보다

           체감으로 느끼는 날씨변동이 더 큰 요인이 된다.

 

          나무야! 겨울 준비 철저히 하렴, 곧 추위가 다가올것이다.아니 벌써 왔다.

          눈도 내릴것이다. 눈이오면 더욱 아름다운 눈꽃을 가지에 피우겠지.

          꽃 없는 겨울에 피우는 아름다운 꽃, 그게 눈꽃이란다.

          네가 있기에 눈꽃이 필수 있는 것이지.

 

          잠시 쉬는 동면의 기간이 될것이다.하지만 내년 봄,

          더욱 성숙된 모습으로 새로 태어날것이다.싱그러운 새잎과 함께--.

          꿈을 버리지마라, 스스로 꿈을 키우는 자랑스런 모습을 보여줘라.

 

         나는 간다. 또 오마. 너를 만나기 위해---.

        그는 나에게 아름다운 단풍잎새을 떨구며  흔들어 주었다.

 

         행복된 시간 만들어 가셔요. 활기찬 한주 되십시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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