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벽
2009. 3. 3. 11:18
“희야, 나와 결혼해 줘!!!!! 당신 마음의 대문 앞에 내가 항상 서 있을게”
당신의 이 한마디에 나의 콧대는 산산이 부서졌었다.
이제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곰 다리가 네 개라는 것 밖에 생각나지 않으니 억울해서 잠이 안 온다.
지금은 어떠냐구? 당신은 내 마음의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한 눈을 팔고 있으니…
내가 당신과 한 방을 쓴 이후로 단 한순간이라도 내가 뿅 가도록 해 준 적이 있느냐?
결혼하자고 순진한 날 꼬실 때 시부렁거린 말 기억이나 하나? 그 때는 내가 미쳤지. 정말 미쳤지, 암만… 제삿날 찌짐 디빈다고 허리 한번 못 펴고 있는데 동생들과 고스톱 쳐서 잃는 주제에
‘물 떠와라, 안주 없다’는 등 내 눈을 확 뒤집지를 않나?
시부모 모시며 고생한다고 내 어깨 한 번 주물러 준 적이 있나? 지금까지 내 생일 때 그 흔한 장미 한 송이라도 사 준적이 있나?
결혼하고 석 달이나 지났을 땐가 내 가슴이 작다고, ‘뭐 니는 앞뒤 구분을 못 하겠다’라고 했제?
후라이도 계란이라는 걸 당신은 아나?
영구 같은 거 달고 있는 당신은 뭐 특별하다고 생각하나?
그라고, 당신 등짝에 내 손톱자국 나도록 한번이라도 해 준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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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남편은 밤에 용을 팍팍 써서 침대가 땀에 흥건히 젖고 온 몸이 뻑적지근하도록 해 준다고 하던데…
야한 비디오 백번 보면 뭐하냐? 따라 할 줄도 모르면서 … 생각을 접었다. 명절만 되면 더 열이 난다. 양쪽 손에 선물 보따리 줄줄이 사 들고는 집에 빨리 가자고 난리 부루스를 치는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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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이파리를 지갑이 터지게 쑤셔 넣고 재벌마냥 뿌리면서도 친정 부모님께 용돈 한번 제대로 드린 적이 있느냐 말이다.
안부 전화도 수십 번을 얘기해야 겨우 한번 하면서… 처가에 멸치 대가리라도 한 개 보낸 적이 있느냐? 귀신이 씨나락 까먹는다고 정말 바쁜가 보다.남들은 부부간에 팔짱끼고 잘도 다니드만, 외식하러 나갈 때 먼저 기 나가 늦게 나온다고 성질은 있는 대로 다 부리고,
각자 돌아와 일주일간 전쟁을 쳐야 되니 어째 기가 안 막히겠냐?
부부 모임에만 갔다 오면 또 어쨌냐? “누구 부인은 아가씨처럼 얼굴이 팽팽하고 날씬하던데… 어이, 황소궁디 저 쪽으로…” 그 흔한 헬스클럽 티켓 한 장 끊어 줘봤나?
자기 엄마한테는 온갖 화장품 사다주면서도 내게 영양크림 한통 사다준 적 있나? 한 달에 몇 번 등산을 가면서도 같이 가자고 하면 ‘부모님 밥은?’ 하고 지 혼자 가놓고… 촉새 뒤집혀 날아가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밖에 나가면 그렇게도 잘 시부렁거리는 인간이 집에만 들어오면 무게부터 잡고 입에 자꾸를 채워버리는 이유가 도대체 뭐꼬?
뭐 땜에 허구한 날 얼굴에 내천자를 긋고 집구석을 썰렁하게 만드나? 그라고, 죄 없는 딸내미들은 왜 울리노? 데리고 온 자식이가?
상다리 부러지게 저녁밥 차려 놓으면 전화도 없이 늦게 들어오고, 군소리 없이 주는 대로 밥 먹은 날이 몇 번이나 되냐? 애는 나 혼자 만들었나?
‘조개 세 개가 나란히 누워 있으니 보기 좋다’고 빈정거리는 꼬라지하고는… 어이구, 싸가지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없는 인간아.
둘째 딸내미가 태어났을 때 친정 엄마에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나? “뭐, 헌 구멍에서 새 구멍이 나왔다”고? 아이고, G랄하고 자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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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 같은 게… 소가 웃을 일이다.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다 필요 없다. 당신이 쭈그렁 할배가 되면 그 때 한번 보자. 각오해라, 인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