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벽 2009. 5. 25. 18:17

 

 자운영(紫雲英)  꽃밭길에서.


자운영꽃. 늘 이맘때쯤이면 많이 듣는 꽃이지만 실제 만나기는 어렵다.
꽃집에서도 보기 힘들고, 일반 야생에서도 그렇게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놀이 공원이나 꽃 정원에 가더라도 자운영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다.
잡초같기 때문일까, 아니면 대접받지 못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자운영 꽃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대전시 중구 무수동을 찾아 나섰다

 

무수천하(無愁天下)마을.

"하늘아래 근심 없는 마을"이란다
2006년 농촌 전통 테마 마을로 지정되어 역사와 전통문화, 그리고 농촌 다움을 함께
보전하고 있는 마을, 하지만 나도 대전에 근 30년을 넘게 살았지만
무수동 이란 이름은 처음 들었다. 산성동에서 대전동물원 방향으로 진입하여
고개를 넘으면 무수동 마을이 나온다

 

동네 앞쪽으로는  대전 남부 순환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고, 뒷쪽으로 낮으막한
산이 있는 평화로운 농촌마을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이 하늘 높이 떠있고,
여기 저기 논에는 자운영꽃이 활짝 피었다.

자운영은 공기중 질소를 단백질 형태로 저장하는 기능을
뿌리에서 담당한단다
그래서 활짝 핀 자운영을 모심기 전 갈아 엎어주면 논밭엔 질소비료를
안줘도 되는 자연 농법이란다


녹비 작물로 잘 알려진 자운영, 유기농 친환경을 실현하고 있고
자운영쌀은 이곳의 "브랜드"가 되였단다.

 

 

 

 


분홍과 흰색이 조화롭게 어울어진 자운영꽃. 이곳, 저곳 주변 논은
온통 자운영 꽃 물결이다

 

원산지는 중국이고, 쌍떡잎 식물, 장미목 콩과의 두해살이 풀.
꽃은 벌과 나비를 불러모으는 밀원 식물이란다


꽃말은 "관대한 사랑"이라는데 그 의미는 무엇일까?
별과 나비에게 꿀만 주고 스스로 거름이 되는 희생의 의미에서 만들어진 말이
아닐까 하고 내 스스로 생각해본다.


자운영은 홀로 피어서는 그 아름다움을 뽐낼수가 없다.
무리지어 피어야한다. 그래야 그 아름다움이 유지되고, 장관을 이룬다.


논둑길을 걷는다. 논 안에도 뚝에도 온통 자운영 꽃뿐이다

가까이 얼굴을 대어가며 꽃향기를 맡아본다.
향긋함이 코를 간지른다. 하지만 이꽃들도 곧 모심기 철에 맞추어
트랙터를 갈아 엎는단다.
퇴비로 쓰기위함이라니 조금은 서글퍼 진다.

 

나도 어린시절 농촌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고향인 충주근교에는 이런 자운영 꽃밭이 없었다.
아니 지금도 없다. 아마도 기온차가 있는 모양이다
남쪽 지방에서 많이 권장되는 농법이란다.

 

아니면 가을에 씨뿌리고 모심기전 갈아 엎는 수고에 비해
녹비의 효과가 미미한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든다.

 

또한 자운영은 식용이 가능한 식물이란다.
꽃이 피기전 새순을 뜯어  삶아서 나물로도 먹고,
꽃은 따서 화전으로 전을 부쳐 먹기도 한단다. 전통음식 체험장도 마을에 있었다.


자운영 논둑길을 걷다보니 이곳엔 왕우렁이 양식장도 있다.
우리나라 토종우렁이와는 형태만 비슷할 뿐이고 알로 번식하는 아주 다른 종류로
남아메리카 아마존강 유역이 고향이란다.

 

잡식성이란다. 채소, 수초, 연한풀,동물의 시체까지 못먹는 것이 없단다.
단지, 물밖 수면위로 올라온 풀은 먹지 못 하기에 벼 재배에 제초용 우렁이를
농군으로 활용하여 친환경 왕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도 짓는다고 한다
우렁이는 식용으로 팔고,제초도 하고----. 일석이조랄까?

 

 

 

 


자운영도 보고, 이젠 저 산자락에 자리한 전통문화재,유회당을 보러간다.

 

유형문화제 제 6호로 지정된 부모 사랑의 마음을 간직한 안동 권씨 종가.

당시 호조판서를 지낸 권이진 선생(1668-1734)의 종가로 잘 정돈된 정원, 높게
배치된 기와구조의 고가옥이 대단하다. 집안에 있는 연못,돌담, 정원수,
그리고 그위에 놓여진 석교가 돋 보였다.

 

신발도 있고, 빨래가 널려있는것을 보니 지금도 관리인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당시의 권세를 알만했다.

"삼근정사"라 이름 붙혀진 건물은 유회당 선생의 부모인 찬성공 내외 분을 모신
산소 가까이에 시묘살이를 위해 마련된 건물이란다.

 

멋진 소나무 조경수, 연못엔 비단 금붕어가 노닐고,
경사진 산자락에 배치된 고가 건물. 그 사이를 경계선으로 쌓은
기와 담벽.. 앞을 내려다 보면 거의 동네 전체가 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곳. 지금도 종가로써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한바퀴 유회당을 돌아보고 나오면, 주차장 옆에 잘 지어진 화장실이 번뜩 눈에 띈다
요 근래 새로 지어진 첨단 화장실이란다.

자연석 돌과 흰색의 시멘트로 아담하게 지어진 화장실.


출입문도 자동이고, 내부에 들어서면 은은하게 음악이 흐른다
모두가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감지되는 시스템이다. 물론 좋긴 하지만 이곳에
이런 화장실이 "꼭 있어야 하나"라는 의문도 들었다.
방문객이 그렇게 많은것도 아닐것인데 과잉투자는 아닐련지?


무수동 마을.

 

정말 근심이 없게 자리 잡은 명당이다. 햇살 맑게 내리는 남향,
뒤쪽으로는 낮은산, 배산 임수의 풍수가 그대로 맞아 떨어진 곳이다.
조용하고 넓다. 한가롭다. 옛 고가의 모습에서 여유로웠던 그 당시 삶이 느껴진다
경주나 부여에 있는 옛 왕조시대 건물이 아니라면 지금 저런
구조의 종가를 만나기 어렵지 않을까?


한가로운 휴일날 오후.
자운영 꽃 축제를 만끽한다.
풍성하게 핀 자운영. 꽃길 사이로 걷기도 하고
느티나무 그늘 아래 정자에서 깜박 깜박 졸기도 한다.


자운영 꽃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 넓은 논.


그 사이 사이로 바람은 꽃 향기를 실어다 준다.아이들은
꽃을 따서 반지도 만들어 보고, 예쁘게 눌러 압화도 만든다

 

무수동에서 근심을 떨쳐버리고, 깊은 오수에 빠져 들고 싶다

 

아! 아름다운 자운영꽃. 그대가 있어
내 마음도도, 눈도 평화롭다.

그 향기가 지금도 내 몸에 남았나 보다. 향기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