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는 봄 속에 빠져 들었다.
대구 가는길. 친한 벗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 대구에 가는 길이다. 빠른 KTX 열차는 대전- 대구간을 47분에 달린다.
꼭 2주일전 울산을 경유, 부산 가는 길에 이길을 달렸다. 주변은 완전히 색채가 달라졌다. 2주전과 지금은 지나는 풍경속 색채가 꽃에서 이젠 연초록 파스텔톤 칼라로 완전히 변신했다.
그많던 벚꽃, 개나리, 복사꽃은 어디로 갔을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라더니 정말 2주가 지나고 나니 그꽃 무리들은 자취를 감추고 이젠 대신 연산홍과 철쭉이 그 붉은 꽃잎을 자랑한다. 연한 핑크색의 복사꽃도 사라지고 그 자리엔 푸르름만이 남았다. 산속에 하얀 자태를 뽐내던 벚꽃도 다 떨어지고 나니 벚나무인지 일반 수목 인지 구별이 안간다.
봄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꽃은 꽃대로, 연초록 새 잎새는 새잎대로 어쩌면 그렇게 깨끗하고 해맑게 피어낼까? 겨우내 갈색이던 산들이 이젠 연한 초록으로 변해 버렸다. 늘 푸른던 소나무는 좀 더 짙은 색갈로 변했고 그 사이 사이 나무들은 새옷을 입었다 단풍나무는 그래도 붉은 티를 내고 있다. 그래서 봄산은 같은 색갈이 아니다. 그 순히디 순한 색갈에 마음마져 녹아든다. 빠르게 달리는 차창으로 쉼없이 나타나고 멀어져 가는 낮은 산들,
대전- 대구간 이어지는 열차길에 산은 멈춤이 없다, 가까이, 아니면 조금 멀게 떨어져 있을 뿐이다. 새로운 KTX 선로, 그옆에 오래된 경부선 철도, 그 뒤편으로 경부고속도로가 한 방향으로 길게 자리 잡았다.곡선이 아름답다. 유선형이다. 도로의 미학이랄까? 그 위에 많은 차들이 흐르고 달린다. 무슨 일들이 저토록 많을까? 아래로 아래로 달리고 반대편 차선은 위로 위로 달린다.물류 흐름이 꼭 물 흐름 처럼 막힘이 없어 좋다.
주변의 빈들에도 봄은 왔다.자연은 공평하다. 황량하게 내팽개처진 모습으로 겨울을 지낸 논과 밭. 그 곳에 농부들의 손이 닿기시작 했다. 쟁기질 하던 소의 워낭 소리는 간곳 없고 경운기나 큰 트랙터의 엔진소리가 그자리를 메웠다.
밭은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논엔 물대기가 시작된다. 비닐 하우스도 낮기온이 오르자 밑에는 길게 열어 두었다.바람이 소통되고 있다. 무언을 재배 하는지 그저 열차내에서는 푸르름으로만 보인다.
간혹 보이는 보리밭. 이젠 푸르름이 온밭을 덮어 버렸다.곧 보리대궁이 올라 오리라. 유채꽃도 이젠 시들 시들 해졌나 보다. 늦게 핀 꽃들만이 조금 남았을 뿐이다. 따스한 봄볕이 달리는 차창으로 반사되여 객실내로 들어온다.
손님들의 표정도 각양각색이다. 아예 눈을감고 가시는 분들이 많다.주무시는 걸까? 아니면 그냥 주무시는 척 하는걸까?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있고 핸드폰으로 계속 문자를 주고 받는 젊은이도 있다.
열차내에는 두툼한 월간지가 각 자리마다 배치되어 있다. KTX 잡지다. 내용도 충실하고 유익한 정보나 기획 기사들이 많은 잡지다. 정말 돈 주고 정기구독 하고 싶을 정도의 책이다.편집도 깔끔하고 사진도 많다.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보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왜일까? 아마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겠지.무료한 시간을 즐기기엔 너무 좋은 내용들인데---. 나는 습관적으로 앉자 마자 잡지를 읽는다. 아무리 짧은 구간이라도 왕복 하면 충분히 다 읽을수 있어 더욱 좋다.
대전 -대구간 고속철에는 터널이 많다. 산으로 연결된 지형에다 직선화 하다 보니 어쩔수 없나 보다. 다행인것은 긴 터널이 아니여서 좋다. 수시로 열차는 터널을 지나간다. 속도에 의한 바람 저항으로 차창이 흔들리고 소음도 크다. 터털 입구엔 석축이 쌓여졌고 그 사이사이엔 연산홍이 심겨졌다. 돌틈새에서 잘 자라는 연산홍. 붉은 꽃을 피웠다.아름답다. 이제 남겨진 봄꽃은 연산홍과 철쭉 뿐인가 보다.
봄에서 여름으로 치닫는 중간의 시기. 산에는 야생화가 활짝 피었으리라. 아직 진달래, 산벚꽃은 일부 남았지만 철쭉은 제철이다. 큰 나무가 적은 곳엔 더덕, 고사리등 산나물과 예쁜 금낭화등이 아름답게 피었으리라.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기다 보니 열차는 동대구역에 진입 한다. 참 빠른 시간이다.커피 한잔 마시며 잡지 읽다보니 곧 도착 한다는 안내 방송이 흐른다. 못다본 기사는 오는편에 읽으리라.
봄날의 화사한 파스텔톤 산 모습이 아직도 머리에 남았다. 이번 주 토요일엔 산사가 있는 그런 아름다운 산에 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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