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벽 2009. 8. 4. 18:10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는 몸무게 136㎏의 로즈메리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여성의 외모만 추구하던 남자 주인공 할이 최면에 걸려 내면의 아름다움을 겉모습처럼
보게 돼 이 둘이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다. 영화는 할이 최면에서 풀린 뒤 뚱뚱한 로
즈메리의 모습을 보고도 그녀를 선택한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하지만 이 영화가 현실에서 발생했다면, 아마 그녀는 몇 년 뒤 고혈압이나 지방간,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 뇌졸중으로
일찍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실제로 미국
암학회의 유제니어 칼레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이 3.5~5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신장암과 식도암 위험은
남녀 모두 3배 높았다. 이 밖에도 대장암과 간암 등 9가지 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
으로 밝혀져 심각한 비만의 위험성을 증명했다.
 
◆ 심뇌혈관질환ㆍ불임ㆍ담석 위험 증가
 
='심뇌혈관질환'은 전적으로 비만이 유발하는 질환이다. 강재헌 인제의대 서울백병
원 가정의학과 교수(비만학회 정책이사)는 "비만은 혈액 중에 지방 성분이 많은 고지
혈증과 당뇨를 유발하면서 2차적으로 혈관 벽에 지방이 축적되는 동맥경화를 부른다"
면서 "관상동맥이 오다가 좁아지면 '협심증', 막히면 '심근경색', 뇌혈관에 작용하면
'중풍'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부비만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영향을 증가시켜 불임이나 월경이상의 원
인이 된다. 척추에 부담을 줘 허리통증이 쉽게 발생하고, 담즙에 분비되는 콜레스테롤
이 증가해 담석도 잘 생긴다. 또한 뚱뚱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종종 불이익과 차별을
받게 되면서 여성과 어린이의 경우 자신의 신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흔하게 나
타난다.
     
소아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어 더욱 문제다. 어릴 때 살이 찌
면 지방세포의 부피가 아니라 개수 자체가 늘어나게 돼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
      
◆ '의도적 체중감량'으로 합병증도 개선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은 체중감량을 통해 적잖이 개선될 수 있다. 미국 암학
회에서 의도적인 체중감량을 시행한 40~64세 여성을 추적한 결과 사망률이 20~25% 감
소했다. 김광원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비만학회 회장)는 "당뇨병 환자가 체중
을 2~3㎏만 줄여도 공복 시 150이던 혈당이 120으로 떨어진다"며 "체중을 조금만 줄여
도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으므로 비만의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3개월에
적어도 3㎏은 감량하라"고 요구했다.
       
비만치료에는 왕도가 없다.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일주일에 4~5회씩 정기적
인 운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작은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좌식
생활양식을 버려야 한다. 자꾸 주저앉는 습관은 살이 찌는 것은 물론 사망률도 높인다
.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
용하는 습관으로 칼로리 소모량을 늘릴 수 있다. 직장생활로 식이요법이 어렵다면 식
당에서 메뉴 선택만 잘해도 도움이 된다.
           
유순집 가톨릭대 성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비만학회 총무이사)는 "아이
스크림이나 주스보다는 녹차나 시럽 없는 커피, 흰 우유에 손을 대야 한다. 천천히 평
소보다 조금 덜 먹는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5년 이상 요요현상을 이기고
적정 몸무게를 유지해야 비만치료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 숨쉬기조차 힘든 고도비만 수술도 고려해야
           
=티셔츠 밖으로 출렁거리며 삐져나온 살. 팔과 다리를 접기 어렵고 숨쉬
기조차 힘들 만큼 살이 찐 고도비만 환자들. 많은 사람들은 고도비만 환자를 보며 지
방흡입과 같은 미용성형을 떠올리지만 고도비만은 엄밀히 보면 질병의 한 종류다. 고
도비만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30~35는 중등도 위험, 35~40은
심한 위험, 40 이상은 극심한 위험을 의미한다. BMI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
로 나눈 값이다.


도비만 환자는 약물, 운동, 식이요법만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18
~65세의 고도비만 환자 중 BMI 37 이상이거나 BMI 32 이상이면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동반질환이 2개 이상인 경우에 수술로 고도비만을 치료하도록 돼 있다.
  
가장 표준적인 방식은 위를 최대 99%까지 잘라낸 뒤 식도 끝에 남은 일부분을 직
접 소장에 연결시키는 '위우회술'이다. 수술 후 1년 안에 40~45㎏을 감량할 수 있고
수술 전 몸무게와 비교해 총 55~60%가량 감량이 가능해 효과가 가장 뛰어난 수술법이
다. 하지만 위를 많이 잘라내 위암 발생 시 내시경 검사를 하기가 힘들다.
     
'조절형 위밴드 설치술(랩밴드 수술)'은 쉽고 단순한 수술법 때문에 회복기간
이 빠르고 가장 안전해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실리콘 밴드를 위 상부에 감아 조이는
방식이다.
      
고도비만 수술의 성공률은 99% 이상이다. 그러나 고도비만 환자라도 약물 중
독자, 정신질환자인 경우에는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약물 중독자나 정신질환자는 수
술 후 운동요법이나 식이요법 등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도움말 - 최윤백 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대한비만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