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
가을 산을 오름니다.
가을이 가기전 이 아름다운계절 모습을 눈에 담기위함이지요.
비는 내렸지만 날씨가 포근해서 좋습니다. 가을날의 중심인듯 자신을 불러냅니다.
산이 부르니 그 물음에 대답하려면 그를 만나러 가야 합니다.
아릿따운 산 아가씨가 부르는데 못 본척 한다는것은 자신의 본심을 속이는 거짓이지요.
혹자는 "왜 내려올 산을 힘겹게 오르냐" 고 묻습니다.
나는 그에게 답변해주기보다 " 어짜피 죽을 인생을 왜 사냐" 고 거꾸로 물어 봅니다.
답을 못 합니다. 왜 사냐고 물으니 황당한 모양입니다.
우물 쭐물 하다가 답 하기를
태어났기에 산답니다. 그래서 나는 산이있기에 오른다고 답했습니다.
산에 오르는 것, 너무들 어렵게, 힘들게 생각 합니다.
그것은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서가 아닐까요?
큰 배낭메고 높은 산을 오르는 모습만 보아서 일까요,아니면 아예
마음도 먹기전 힘들었던 언젠가의 산행 기억 때문일까요.
나는 산에 오르는것을 꼭 등산이란 표현을 하지않습니다.
산에가는 모임을 꼭 산악회란 말을 쓰지 않습니다.
저는 언제나 산길로 소풍을 가는 기분입니다.
작은배낭에 물한병, 과일몇개, 오이두개, 커피담긴 보온병,
그정도 입니다. 등산복도 이젠 일상의 캐주얼과 별반 다름이 없습니다.
신발도 캐주얼 차림에 신어도 되는 그런 평범한 것이면 족 합니다.
따라서 큰 준비 없이 언제나 오를수있지요.
저는 차에 항상 신발과 캐주얼 상의, 모자를 가지고 다닙니다.
어디갔다 돌아오는길에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잠시 그시간에 맞는 거리정도의
산을 올랐다 내려옵니다.산이있고 길이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가을이 이제 막바지 입니다.
일요일 오전 내린비로 산길은 촉촉합니다.길위에 낙엽이 더욱 수북합니다.
나무도 많이 가벼워졌나 봅니다. 산속이 훤합니다.
무성했던 잎새를 아름답게, 곱게 치장해서 떠나보내고
이제 나목이되어 갑니다.검고 짙은 갈색 가지가 지나는 바람을 맞습니다.
산속이 더욱 신선한 느낌입니다. 마른 대지를 적신 비때문에 생긴 특유의 냄새입니다.
상큼하기도 하고, 비릿한 내음인것 같기도 하고--하지만 싫지않습니다.
붉고,노란 이파리사이에 아직 푸른 이파리도 끼여 있습니다.
소나무 솔잎도 잣나무도 푸르름 그대로 입니다.
변하는시기에 변치않는것도 있습니다.하지만 그들도 계절을 피해 갈수는 없지요.
단지 모습만 푸를뿐 겨울이면 성장을 멈춘다는것은 같지요.
산을 오르다보면 같은곳을 자주와도 그 느낌이나 보이는것이 매번 다름니다.
물론 그 나무가 거기있고,언덕과 바위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이지않던 것이 보이고
새로운 느낌이 와닿는게 있습니다.
오늘 산길은 유난히 모든게 맑고 깨끗해 보입니다.오전에 비가 내려서일까?
아니면 내 마음이 바뀐것일까? 아무튼 새롭고 좋습니다.
산길도 우리네 인생길과 흡사 합니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길도 있습니다.힘든 바위길도 있고 평탄한 흙길도 있습니다.
숨이헐떡이는 계단길도 있고 바람시원한 물가 계곡길도 있습니다.
큰 나무그늘에서 쉴수있는 그늘도 있는가하면 태양이 내려쪼이는 능선길도 있지요.
하지만 모두 희망이라는 목표가 있기에,도달하여야 할 정상이 있기에
우리는 도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나무들 잎모양, 칡같은 덩굴성 식물들이 뻗어가는 모습,
모두가 다름니다, 얼핏보면 같아 보여도 같은 모양은 없습니다.
길고 넙적한 모양, 하트모양,동그란 모양등 그 모습이 참 다양 합니다.
나무들도 그렇지요. 하늘 향해 오르는것이 있는가하면 옆으로 가지를 뻗어
영역을 넓히는 것도 있지요. 우리가 느끼지못해 그렇지 식물세계도 살기위한
경쟁이 치열하답니다.스스로 독기를 내뿜기도 하고 태양빛을 더 받기위해
하늘높이 성장하기도 하고,남의 나무를 이용 기생하는 식물도 많지요.
식물들은 주어진 자리에서 살아가야 할 운명이기에 그 고통을 받아드리고
열심히 사는 모양입니다.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 보셨지요.
대단 합니다. 그좁은 틈을 비집고 뿌리를 내리며 떨어지는 빗물을 의존해
스스로 조절 하는 능력.경이롭지요.그런 나무들이 우리 인간이보기엔
더욱 아름다워 보이지요.
그리고 오늘은 이름모를 작은 새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참새도 아니고 작은 것들이 참 예쁨니다.이나무,저 나무로 분주히 움직입니다.
겨울에 견디려면 충분히 먹어 지방을 축척해야 할텐데---.장난만 하는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도 즐거워 보이니 그 또한 좋습니다.
우리는 새들이 운다고 늘 표현하지요.그건 아마도 우리사람들 중심으로 표현된
말일겁니다,그들은 서로가 의사소통을 위한 대화일텐데---.왜 사람들은 운다고 했을까?
울어도 눈물흘리는 새는 없더만--ㅎㅎ.
산에 오르면 우선 정신이 맑아집니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란 물질때문일까?
아니면 서두룸없는 여유때문일까? 촉박하지않은 산행은 늘 여유롭습니다.
지나며 외롭게 핀 야생화에서 향기도 맡아보고 툭~~툭 떨어지는 밤알도 주워 먹고
도토리도 만져보고--- , 푸드득 날아오르는 꿩의 날개소리에 놀라기도 하고---
다람쥐 놀란 재롱모습에 피시시 웃음지어보는 재미.
그게 산행의 또 다른 재미이지요.
누군가는 길위에 학교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무심코 걷는길, 그게 여행이라는 말도 될수 있을겁니다.
새로운 풍경을 보고,새로운 바람을 만나고,다른 세상을 꿈꾸고--.
그것도 학교이지요. 또다른 배움터이니까요.꼭 책가방메고 교실에 앉아 공부하는곳만이
학교가 아닙니다.배움의 장소는 제한이 없지요.누구나 스승이됩니다.
특히 자연이란 스승.그들은 말없이 우리들에게 큰 반려자가 됩니다.
자연 속에 묻혀 그들을 거역하지않는게 순리인지도 모름니다.
자연을 거역하는자, 그들은 늘 큰 화를 입었습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멈춤없이 정상에 올랐습니다.
비가내린후라 사람들이 그리많지 않아 더욱 좋은길.
그래도 나름대로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 외롭진 않았습니다.
등에 땀이 흐름니다, 겉옷을 하나 벗었는데도 그렇습니다.
바람에 땀을식히고 다시 온길을 따라 내려 가야겠지요.
정상에서 바라보는 저 아래 우리들의 삶터.
아파트가 밀집해 있습니다.도로가 넓게 여기 저기로 연결됩니다.
그 위에 차량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무엇을 향해 저 많은 차들이 움직일까?
예식장을 다녀 오는사람, 일을 마치고 오는사람, 또 일하러 가는사람,
약속시간 맞추기위해 조급히 움직이는사람,나름대로 목적과 방향이 있겠지요.
그런 삶의 연속이 우리들의 삶이자 생활이니까요.
다시 오르기로 마음먹고 오늘은 이제 내려가야 합니다.
내려가는 길도 똑 같은 길의 역 방향이지만 다름 무엇이 보일 겁니다.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겁니다.
산에 오르는 것은 피곤하다기보다 근육에 긴장을 주어 몸에 참 좋습니다.
황급히 달리는 단거리보다 늦고 길게 걷는 소풍길이 더욱 신나는 것 처럼,---
아마도 밤에 더욱 깊은 잠을 이룰겁니다.
자주 산에 오릅시다. 높은산, 힘겹게 오르는것도 좋지만 산보처럼 다니는
그런 산길 하나 만들어 보셔요.그리고 정기적으로 올라 보셔요.
몸이 좋아 합니다.
(사진은 다음카페에서 모셔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