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정복
◆ 한국인 3대 질병 ◆
상당한
암이 발병 초기에만 발견되면 치료도 잘되고 따라서 제 수명을 다 살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조기 위암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생존율이 94%에 이른다. 최근 과
학 문명의 획기적인 발전과 더불어 의학의 발달도 경이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암은 아직까지 현대 의학으로 완전히 정복된 병은 아니다. 이런 치료의 한
계 때문에, 암을 관리하는 데 있어 치료와 함께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많은 암 발생의 원인이 우리의 생활양식이나 환경적 요인들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많은 연구들로 밝혀진 것이다.
발암 관련인자의 예방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대상은 역시 흡연이다. 담배 때문에 한
해 약 500만명이 암,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계 질환으로 사망한다. 흡연으로 초래되는
암은 폐암을 비롯해 식도암, 방광암', 구강암, 췌장암, 후두암 등 거의 모든 암이 해
당되며 여성에게는 자궁경부암도 발생시킨다. 현재 우리 인류에게 발생하는 암 중 30~
40%는 담배 때문에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암의 위험요인이 되는 생활습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많은 경우에서 우리 고유의 생활습관과는 차이가 있는, 서양에서 건너
온 생활습관이라는 사실은 음미할 만하다.
암은 일차적인 예방과 더불어 조기에 발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암을 예방하려는 여
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인이 확실히 밝혀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암은 항상
100% 예방될 수는 없다. 그래서 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 40대 이상 남녀의 경우, 자신이 가진 건강 위험요인(암 가족력, 흡연, 직업 등)을
고려해 의사와 상담을 한 후 적절한 암 검진 항목을 결정하고, 정기검진을 생활화할
것을 권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용을 부담하는 무료 암 검진을
살펴보면 자궁경부암 검진은 30세 이상, 위암·유방암·간암 검진은 40세 이상, 대장
암은 50세 이상이 대상이다.
암 치료에는 주 치료법인 수술적 치료와 항암 화학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이 있으며,
환자의 상태에 맞춰 여러 가지 치료법을 병행해 다각도로 암을 공격함으로써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수술적 치료는 암 치료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1900년대 초부터 여러 가지
수술 방법이 꾸준히 발전해 왔다.
암의 수술적 치료에 있어서 과거에는 치료에 따른 후유증과 삶의 질보다는 치료의 근
치성을 중요시했다. 최근에는 다른 암 치료 방법의 발전에 힘입어 될 수 있는 한 생체
기능에 무리를 덜 주면서, 수술 후에도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을 보존하며 질병
을 제어할 수 있는 치료를 더욱 중요시하고 있다.
유방암 재발 예측 칩 이미 상용화
또한 그동안의 많은 연구를 통해 일부 암은 생물학적 특성, 임상 양상, 치료에 대한
반응과 그 결과가 매우 다양한 질환군이라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환자들이 갖고 있는
각각의 암의 특성에 맞는 맞춤 치료를 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즉, 각 환자의 생물학적 표지자(biologic marker)나 유전자 발현 양상(gene expressio
n profile)을 비교 분석해 환자의 예후와 치료 결과를 예측함으로써 항암 화학 치료,
호르몬 치료에 있어서도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치료(tailored medicine)를 가능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맞춤 치료에 대한 연구는 현재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암이 정복되는 시대를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에서 암 치료제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 암 발생 전에 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이를 예
방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21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며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
렸으며, 그 방법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유전체학, 단백체학, 생물정보학의 발달로 앞
으로는 ‘암의 전단계에서 미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열릴 것이다.
[노동영 서울대학교암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