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그대만을 위한 공간

때로는 불륜을 하고 싶다.

북벽 2009. 11. 13. 11:25

 

누구나 한번쯤은 불륜(不倫)을 꿈꾸어 보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자면
실제로 실행할 용기만 없었을 뿐
나 역시 그런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평생 이 남자만을 사랑하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시작한 결혼생활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흥미를 잃어가고
다른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이 나 혼자만의 화냥끼일까?

사람들은 왜 배우자 한 사람만으론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평생동안 한 남자, 한 여자만 사랑하면 천추의 한이라도 남는 것일까?

영원히 공주나 왕비처럼 살고 싶었던 이른바 신데렐라 증후군을 가진 한 여자가
마치 백마를 탄 기사 같은 남자를 만나 열렬한 구애 끝에
마침내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와 왕자처럼 결혼을 했다.

그녀는 결혼식 때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한껏 우아를 떨었음은 물론 인생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로
마냥 부풀어 꿈같은 신혼 여행길에 올랐다.

꿈이란 항상 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신혼 첫날부터 기대는 훨훨 날아가고 만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다고 했던가.


남편이 들어갔다 나온 욕실에 가보면 담배꽁초는 물론
갖가지 역한 냄새가 코끝을 진동하는 것이 현실이다.

밥 먹을 때 쩝쩝거리며 먹는 것은 물론
식탁 위에 아무렇게나 뱉어내는 음식찌꺼기 하며
아무대서나 코딱지 후비는가 하면
회사에 안 가는 날은 10시는 넘어서야 일어나
세수는 물론 양치도 않고서 밥상에 주저앉는 남자다.

양복을 입었을 때는 샤프하고 멋진데
한 꺼풀만 벗기고 나면 그게 아니질 않는가.
게다가 배려라고는 전혀 할 줄을 모른다.

입덧이 심해 냉장고 문만 열어도 구역질이 나는데도
밥상은 꼭 차려줘야만 먹는 인간이다.

무거운 거 낑낑대며 수박을 사다놓으면
먹으란 말도 없이 혼자서 다 먹어치운다.
이게 대한민국 표(標) 보통 남자들의 모습이다.

내 남자만은 뭔가 좀 특별하려니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휴일에 영화라도 같이 보러 가면 좋은데
12시까지 내처 자고는 일어나자마자 '밥' 소리만 한다.
연애 때의 낭만은 어디로 갔는지 실종된지 오래다.

이쯤 되면 저 남자가 아닌데 하는 생각,
그리고 학교 때 풋사랑을 느꼈던 얼굴,
사회생활을 하면서 관심을 보였던 남자들,
대화방에서 말이 통하던 남자의 아이디가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 가는 것은 나만의 끼일까?

존중 받고 싶고
사랑 받고 싶었던 건 한낱 꿈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인가.
장말 땅을 치고 싶은 심정이다.
아이러브스쿨이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색이 바랜 것도 운영자만의 탓은 아니리라.

사랑에 대한 세세한 욕구를 남편들은 왜 이해하지 못할까?.
결혼해서도 눈에 콩깍지가 씌어 살 것만 같았던 내 남자가
화장실 들어가고 나올 때 다른 남자였더란 말이냐.
참으로 속상할 따름이다.

사실 잠자리에서 매번 첫 경험처럼 설레여야 한다면
솔직히 그것은 너무 피곤할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손 쳐도
한쪽이 동하면 덮쳐서 몇 번 부스럭거리다 끝나는 것이 섹스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노릇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러니 섹스보다는 쇼핑이 낫고,
남편 얼굴보다는 만원 짜리 세종대왕이 훨씬 보고 싶은 얼굴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아줌마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서 키스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키스와 함께 눈길마저 사라져버렸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시들해질 대로 시들해져서
키스도 하지 않으면서 어찌 섹스를 하는 경지에 이르게 됐는가.

그러나 전체적으로 고단한 삶은
그러한 사소한 상실감 따위는 눈치채지 못할 만큼 사소한 것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잊고 살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너무 멀리 왔을 때에야 비로소 번개 맞은 듯이 깨닫게 된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렇게 사는 거라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그리고 문득 모든 것을 다 팽개치고 훌쩍 떠나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다.
더 늙기 전에 어디론지 떠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
왜 나만 이렇게 황당하게 사는가?

아내들의 행복지수 산출 법은 간단하다.
과거에 내가 행복했다고 여겨지느냐,
아니면 지금이라고 생각되느냐 인 것이다.

만일 과거 쪽에 무게가 주어진다면
현재는 불행한 여자라는 뜻이 된다.
술자리에서 '나도 왕년에는..' 이라고
과거의 영광을 떠벌리는 건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남편과 싸우고 난 뒤처럼 서운하고 속상할 때나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든지,
주식 왕창 깨져서 쪽박 찼다든지,
시댁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다든지 등등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여자들은 일탈(逸脫)을 꿈꾼다.

일탈이 해방구(解放區)는 아닐지라도
마취제 역할은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무슨 짓을 하고 살더라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고,
누구를 만나더라도 남편보다야 못하랴 는
독기인지 오기인지도 슬슬 생긴다.

멀쩡하게 잘사는 것 같은 아줌마들이
극도의 상실감으로 인하여
어느 날 갑자기 외도에 빠져드는 이유는
알고 보면 참으로 비 낭만적인 요소가 많다.

이제 더 이상 엄마의 치마폭에서 놀기에는 부쩍 커버린 자식들이
제각각의 영역을 관리하느라 바빠질 때
상대적으로 무한정 늘어난 시간을 주체하지 못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셈이다.

사는 데 뾰쪽한 해답이 없다던가
또는 갑갑해서,
이렇게 살기 싫어서,
홧김에 등등 핑계거리야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언제나 대기중이다.

"가만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자가 생기지는 않죠.
남들보다 빠지는 데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해야 하느냐는
일종의 반란 심리가 작용해 찾아 나서는 거죠."

아내들이 남편에게 원하는 것은 돈도 섹스도 아닌 대화라는 걸
다른 남자들은 다 아는데도 남편들만 모르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