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 그리고 상식]/약간 쓸모있는 상식

도시생존

북벽 2014. 8. 7. 08:26

 

ALPINIST'S BACKPACK |

 
그저 살았다. 잔인한 4월을 보내기 전까지는. 나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일상 곳곳에 지뢰밭처럼 퍼져있는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처하는 것만이 불안정한 미래를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다.





  • ①배낭

    ②모자, 방수재킷, 속옷, 수건, 양말

    - 젖은 옷을 계속 입고 있게 되면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 여분의 속옷가지를 준비해 갈아입을 수 있도록 한다.③코팅 장갑- 지하에 갇히거나 누전됐을 때 장갑을 이용해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밖으로 나올 채비를 할 수 있다.④보호 안경- 화재로 재가 날리거나 불똥이 튈 때 눈이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⑤핫팩- 여름에도 밤에는 기온이 떨어져 추울 수 있다. 또 언제 어떤 상황에 고립될지 모르니 핫팩은 항상 대비해 두는 게 좋다.⑥물- 안전한 상황에서는 물의 소중함을 모르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는 물 한 방울이 목숨을 좌지우지한다. 여분의 물을 챙기는 건 필수.⑦낙하산 줄- 어두운 곳에서 사람을 인도할 수도 있고, 물놀이 사고에서 사람을 구출할 수도 있다. 나일론 줄도 괜찮다.⑧서바이벌 팔찌- 평소에는 액세서리로 사용하다가 위급한 상황에는 줄을 풀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⑨비상보온담요- 은박으로 된 가볍고 작은 사이즈. 체온이 떨어졌을 때 덮으면 강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빛이 반사돼 조난 시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에도 적합하다.⑩⑪휴대용 손전등 & 야광봉- 정전 시에 꼭 필요한 제품.⑫방진 마스크-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분진을 들이마시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마스크. 생명과 직결되는 호흡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⑬건빵과 연양갱- 비상 식량으로 건빵과 연양갱만큼 좋은 게 없다. 건빵은 작은 양으로도 허기짐을 면할 수 있으며, 연양갱은 녹거나 굳지 않아 여름이나 겨울 언제나 먹을 수 있다.⑭미니 방독면- 코에 끼우거나 입에 무는 것만으로도 10분간 유독가스가 몸으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손바닥만한 크기로 핸드백이나 배낭에 언제나 넣어서 다닐 수 있다.⑮나침반- 도심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방향 감각을 잃는다. 나침반을 이용해 어느 곳으로 가야 안전할지 예측할 수 있다.⑯건전지 ⑰파이어 스틸- 어떤 상황에서도 불을 피울 수 있다. 몸을 데우거나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하자.⑱밴드 ⑲서바이벌 라이터- 바람이 불거나 물이 묻어도 켤 수 있는 라이터.⑳나이프- 칼은 일상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이는 곳이 뜻밖에 많다. 재난 상황의 유용성은 두말하면 잔소리.





    상황에 맞는 맞춤형 배낭이 전시됐다.

    "근거없는 낙관론은 위험하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경찰이나 소방처럼 직업이 생존과 관련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도심에서 꼭 필요한 서바이벌 배낭을 만들었다. 이 배낭만 있으면 어디서든, 누구나 72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다.

    "대단하거나 비싼 물건이 아닙니다. 그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제가 전시회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모았습니다." 눈길이 가는 화려하거나 대단한 물건은 없었다. 하지만 하나하나 아주 유용한 제품이 배낭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불을 피우고 방독면을 쓰고 연기를 맡아보기도 하고 심지어 가스 냄새를 맡아보면서 그의 몸이 실험 대상이 되는 걸 자처했다. 유효기간이 1~2년 지난 참치 캔을 뜯어서 먹어보기도 하고, 5~6년 지난 휘발유도 사용해 봤다. 모두 문제가 없었다.





    극한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차량을 개조한 일명 좀비카. 2014 기후변화방재산업전에 전시돼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 저뿐만 아니라 생존과 안전에 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 꽤 있어요. 하지만 그 전까지는 인터넷에 글이라도 올리면 무시하고 조롱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거죠." 사람들은 평온한 시간이 영원히 지속하길 바란다. 그 순간 누군가 평화를 깨고 '혹시'라는 말을 꺼내면 '재수 없게'라는 지청구를 듣기 십상. 사람들이 외면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우승엽 씨는 '생존 21'이라는 온라인 카페를 만들었다.





    그는 군 복무할 당시 폭발물이 터져서 얼굴 한쪽에 큰 화상을 입었다. 낙하산에서 뛰어내려 착지하다가 발목이 부러지기도 했다. 그때의 경험이 오늘날의 생존전문가인 우승엽씨를 만든 것은 아닐까.

    "군대에서 얼떨결에 특전사에 복무하게 됐죠. 특전사는 전쟁이 일어나면 낙하산을 이용해 적진에 가장 먼저 투입됩니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순간부터는 동료 이외에는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거죠. 스스로 목숨을 책임져야만 합니다. 산이나 계곡에서 고립됐을 때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연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전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도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이다. 남달리 체력이 좋거나 근육질 몸매의 소유자도 아니다. 다른 점은 남들은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를 그는 다시 한 번 골똘히 생각했다는 것.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고 '혹시 한국에서 전쟁이 나면 어떻게 될까'를 고민했다. 2008년 세계 경기 불황이 닥쳤을 때는 아이디 미네르바를 쓰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경제 공황이 올 수 있다. 한달치 식량을 준비하라'고 말한 걸 흘려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생존에 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인터넷이나 책을 뒤져봤지만 제가 원하는 자료는 없었어요. 외국의 서적도 한국 실정에 맞지 않거나 매뉴얼을 나열한 책이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걸 찾자고 생각했어요. 직접 실험해보고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모았죠." 이미 수년 전부터 하루 8시간씩 투자해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집필했다. 하지만 원고는 찬밥 신세였다.

    "몇몇 출판사에 보냈는데 '안 팔린다'면서 퇴짜를 놓더군요. 우리나라에 무슨 도시 재난이 있겠느냐면서요.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서랍 속에 넣고 문을 잠갔습니다."





    그는 매년 전시회에 참가해 생존 제품과 정보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이어왔다. 사진제공 우승엽

    기약 없는 날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그의 책 < 재난시대 생존법 > 이 7월에 발간된 것. 아이러니하게도 4월에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던 커다란 불행이 그의 원고를 세상 밖으로 불러냈다. "책을 내게 됐지만 좋지만은 않습니다. 마음이 아프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어요. 책을 보고 사람들이 재난이 대비할 수 있게 되면 더 안전해질 테니까요." 그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기대기보다는 미리 대비해야지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참사를 겪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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