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3대 질병 ◆
단일
질환으로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의 하나인 뇌졸중(중풍)은 ‘뇌기능이 졸지에 중지해
’ 반신불수, 언어장애, 통증 등의 장애가 남아 삶의 질이 떨어지며, 때로는 이것이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죽음보다 두렵다는 치매도 절반 정도는 뇌졸
중이 원인인 혈관성 치매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잔인한 뇌졸중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맞이해야만 하는 건가? 어느 날 갑자기
깨어나지 못하고 평생 동안 나무토막 같은 식물인간이 돼 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
겨줄 수밖에 없는 것인가? 뇌졸중은 원인이 분명하고 예방과 대처가 가능한 정직한 병
이다.
뇌졸중의 원인은 대부분 밝혀져 있다. 뇌 속 혈액순환을 방해하거나 뇌혈관을 손상시
키는 것은 모두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다. 이 중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흡연, 과도한 음주는 ‘중요한 위험인자’로, 고지혈증, 비만, 짜게 먹는 식습관, 운
동 부족, 스트레스 등은 ‘덜 중요한 위험인자’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인자 가운데 가장 많은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것은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대
부분 증상이 없이 뇌, 심장, 콩팥, 눈 등의 중요한 장기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침묵
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50대 이상 인구의 절반가량이 고혈압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들 가운데 절반 정도만이 고혈압 약물을 복용하고 있고, 또 이 중에서도 절반 정도만
이 효율적인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의 위험인자가 한 사람에게서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위험인자들은 적절
한 치료와 생활습관의 변화로 조절 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뇌졸중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대비하고 예방할 수 있다. 느닷없이 뇌졸중이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심은 대로 거두는 병이 바로 뇌졸중이다.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손에서 힘이 빠진다며 젓가락을 떨어뜨리는 경우나 어지럽다고
자리에 앉더니 갑자기 말을 못 하고 움직이지 못해 병원을 찾게 된다.
뇌졸중의 가장 흔한 증상은 편측마비(몸의 한쪽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다. 수저나 컵
을 쥐고 있지 못하고 떨어뜨린다든지 한쪽 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다. 저림이나 따가움, 시림 등의 증상이나 양쪽 다리, 양쪽 팔이
동시에 힘이 빠지는 것은 편측마비는 아니다. 흔히 얼굴이 돌아갔다고 표현하는 안면
마비(한방에서는 와사풍이라 부른다)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말초안면신경마비로 뇌
졸중에 따른 안면마비와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두통 심할 땐 의사 상담 필수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거나, 불러도 눈을 뜨지 못하는 의식장애로 뇌졸중이 발생하기
도 한다.
발음이 어눌하거나 말이 새어 나오는 증상이나 말을 하지 못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을 한다거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실어증도 뇌졸중의 중요한 증상의 하나
다.
양 눈으로 보고 있는데 오른쪽이나 왼쪽 중 일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든지, 막이 낀 것
처럼 회색으로 가려지거나 이상하게 일그러져 보이는 시야 장애나 갑자기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든지 둘로 겹쳐 보이는 증상들도 안과질환으로 잘못 오해되는 뇌졸중의
중요한 증상들이다. 갑작스럽게 주위가 뱅뱅 도는 것처럼 어지럽다든지, 일어나서 걸
으려고 하면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팔다리에 힘은 있는데 마음대로 움직임을 조
절할 수 없다면 뇌졸중의 증상인 경우가 많다. 갑자기 발생하는 매우 심한 두통도 뇌
졸중, 특히 뇌출혈의 증상을 우려해야 한다. 일생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정도의
매우 심한 두통인 경우 반드시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
만일 잠깐 힘이 빠졌다가 돌아왔다면? 일시적인 피로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는 뇌졸중의 증상이 잠시 나타났다가 회복되는 경우로 일과성 허혈발작(미니뇌졸중이
나 꼬마중풍이라고도 불림)이라 불리는 뇌졸중의 전조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재발하
면 마비에서 풀리지 않을 수도 있고 48시간 이내 50%에서 재발하기 때문에 돌아왔다고
안심하지 말고, 즉시, 병원으로!
[김용재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