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방]]/세계의 절경

Brunei

북벽 2009. 3. 28. 19:44


아득한 평화가 머무는 세상 저편
Brunei

황금으로 치장한 모스크의 돔은 눈이 시리도록 화려했다. 세븐 스타급 호텔 역시 오일 달러의 위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호화스러웠다. 하지만 브루나이에선 명품숍 앞을 지날 때 느끼던 이질감은 없었다. 속을 들여다볼수록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시나브로 찾아온 기분 좋은 평화에 빠져들었다.

평화로운 황금 궁전 엠파이어
엠파이어(정식 명칭은 엠파이어 호텔&컨트리 클럽 The Empire Hotel & Country Club)는 거대한 궁전이었다. 매끄러운 이탈리아산 대리석 바닥에는 샹들리에 불빛이 은은하게 반사되고 있었고, 시선이머무는 곳마다 금도금 장식들이 빛났다. 정면에는 크리스털, 황금으로 만든 작은 낙타가 전시돼 있었다.

지상 5층 규모(실제 12층 건물과 맞멎는 높이)의 아트리움 로비는 황금 띠로 액센트를 준 웅장한 대리석 기둥들이 지탱하고 있었다. 하얀 기둥 뒤로 보이는 통유리창 너머로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졌다. 체크인을기다리며 앉은 의자의 가장자리도 도금으로 처리돼 있었다. 의자에 앉아, 터번Turban을 쓰고, 히잡Hijab을 두른 채 서빙하는 크루들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충성을 맹세한 신하들 같았고, 황금 의자에 파묻혀 잔뜩 게으름을 피우는 ‘나’는‘왕’이었다. 로비에 들어섰을 뿐인데. 엠파이어 호텔은 그렇게 순순히 ‘왕’의 자리를 허락했다.

브루나이 엠파이어는 두바이Dubai의 버즈 알 아랍Burji Al Arab, 밀라노Milano의 타운 하우스 갤러리아Town House Galleria와 함께 세계에서 단 세 개밖에 없는 세븐 스타급 호텔로 꼽힌다. 브루나이의 수도인 반다르 세리 베가완Bandar Seri Begawan 국제 공항에서 버스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술탄(국왕)의 영지 안에 있다.

잘 단장된 정원,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가 설계한 18홀의 컨트리 클럽, 영화관과 공연장 등을 합쳐 규모가 55만 평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리조트 중 하나다. 호텔이 개관한 2000년 이전까지 브루나이에는 특급 호텔이 없었단다. 국빈이나 셀레브러티들은 브루나이 국왕의 왕궁인 이스타나 누룰 이만Istana nulul Iman에서 묵었다(왕궁의 방은 1788개나 된다).
    
지난 2000년 APEC 정상회담이 이곳에서 열렸고 이때 빌 클린턴을 포함한 일곱 나라의 정상들이 엠파이어에 투숙했다. 엠파이어 호텔은 국왕의 왕궁을 대신하는 또 하나의 왕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룸은 본관과 별관The Lagoon에 나누어져 있었다.

이와는 별도로 세 채의 빌라가 있었다. 룸 역시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에 걸맞았다. 넓은 침대에 몸을 눕히고 여독을 달랬다. 높은 천장이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커튼 사이로 보이는 발코니와 녹음 짙은 정원은 한없이 한가로웠다. 대리석 바닥이 깔린 욕실은 호화로웠다. 그리고 다른 호텔의 같은 등급 룸에 비해 욕실이 두 배 이상 컸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각각 유리 칸막이로 구분돼 있어 우아했다.

디럭스룸의 숙박료는 약 40만원. 하룻밤 왕이 되는 대가 치고는 제법 합리적인 듯했다.
    
꿈을 실현시키는 액수 1620만원
엠파이어에서 가장 럭셔리한 룸은 국왕이 묵는다는 엠페러 스위트Emperor Suite다. 크기가 무려 200평으로 전 세계의 호텔 스위트룸 중에에서 가장 넓다. 룸 안에 수영장과 자쿠지가 있고 대형 무비 스크린등 최첨단 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하룻밤 숙박료는 1620만원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숱한 명사들이 이곳에서 묵었다.

브루나이 국앙 하사날 볼키아Hassanal Bolkiah는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 중 하나다. 산유국 국가의 국왕 중에서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왕에이에 두 번째 부자로 꼽힌다(그의 재산은 약 200억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엠파이어 호텔 역시 정부의 소유, 즉 왕의 것이다.

브루나이가 자리한 보루네오Borneo 섬은 대부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차지다. 하지만 ‘알짜’ 산유지가 브루나이에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 세 배 크기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의 국왕이 세계의 부호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하사날 볼키아의 부에 대한 질투심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남중국해South China Sea
가 바라보이는 풀의 선베드에 누우니 황금도, 돈도 아무 필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엠파이어 호텔의 본관 건물 앞에는 일반 풀과 모래를 깔아놓은 비치 풀이 있었다. 비치 풀 주변과 바닥에는 필리핀 보라카이Boracay의 모래만큼이나 하얗고 맑은 모래가 깔려 있었다. 산호를 갈아 만든 것이다.

하얀 모래 위에서 원색의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선베드에 누워 늦은 오후의 햇살을 즐겼다. 연인들은 서로의 몸에 오일을 발라주며 유희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이들은 물속을 뛰어다니느라 분주했다. 사람들은 종종 삼사오오 모여 풀바로 향했다. 시원한 망고주스로 갈증을 쫓고 풀바 옆의 야외 저쿠지에서 피로를 풀었다. 그러고는 다시 선베드로 기어 들어와 게으름을 피웠다.

하늘과 바다의 색깔은 비슷하게 푸르렀고 하얀 뭉게구름은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흘러다녔다. 발뒤꿈치 굳은살처럼 딱딱하게 뭉쳐 있던 일상의 찌든 때가 강렬한 태양에 녹아 사라졌다. 그리고 빈 자리는 일탈의 해
방감으로 채워졌다. 이곳에서는 무심코 흘려 보내는 시간들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

풀 사이드 너머는‘진짜’ 바다다. 제트스키, 윈드서핑, 요트 세일링 등이 가능했다. 스쿠버 센터에는 스쿠버와 낚시 등의 투어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태양이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밀려오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풀 사이드의 판타이 레스토랑Pantai Restaurant으로 향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시푸드를 포함해 다양한 음식들이 뷔페식으로 마련 돼 있었다. 판타이 레스토랑 외에도 본관과 별관 사이에 광둥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차이니스 레스토랑 리 공Li-Gong이있다. 그리고 아트리움 로비에는 캐주얼 레스토랑 아트리움 카페Atrium Cafe가 있다.

골든 비치를 따라 걸었다. 바다와 맞닿은 곳의 벤치에서는 연인들이 밀어를 속삭였다. 불이 켜진 아트리움은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였다. 금방이라도 하늘로 치솟을 것 같은 모양새가 낮보다 더욱 웅장하게 보였다.유리에 투영된 거대한 기둥은 마치 독수리의 갈비뼈 같았다.

드디어 일몰이었다. 해가 수평선 아래로 자취를 감추었고 순간 하늘은 불을 놓은 것처럼 붉게 타올랐다. 하늘, 바다, 거대한 왕궁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황금의 나라’ 브루나이는 그렇게 속살을 보여주었다.

Corry Konings & Vader Abraham - Adios mijn v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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