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친구의 편지

갑사 가는 길

북벽 2009. 10. 20. 08:30

 

   휴일, 잘 보내셨지요?

   오늘 아침은 조금 늦었습니다.

   조찬 모임이 있었지요.

   어제는 이안 숲이라는 곳을 다녀 왔답니다.

   가을 향기가 물씬,역시 자연은 아름다웠습니다.

   기행문으로 보고 드립니다.

  

 갑사 가는길에 만난 "이안숲속"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라 했던가?
봄에는 신록의 마곡사가 아름답고 가을에는 단풍의 갑사가 보기 좋다는 뜻의 말이
있기에 갑사 방향으로 핸들을 잡았다

 

시원한 바람, 화창한 햇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초가을 어느날, 주변은 황금 들녁,
코스모스 길 따라 공주 계룡산 갑사로 향하는 길.
막힘도 없고 적당히 굴곡진 포장길은 서두름이 없어도 차는 잘도 달린다


길 주변엔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사람들을 상대로한 노점 가판대가 많이 놓여졌다
공주밤, 사과, 배, 감 외에 찐빵, 야채, 고구마까지 농산물 위주의 판매가
주종을 이루었다. 갑사가는길. 꽃피는 산골이라는 특이한 지붕 모양의
레스토랑을 지나면 좌측에 수목원 '이안숲속'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차를 돌려 먼저 수목원으로 오른다. 나무 내음과 꽃 향기,

사계절 행복이 가득한곳 이라는"이안 숲속" 안내장을 입구에서 받았다 .입장료 대인 5000원

 

 

대전에서 가까운 곳이었지만 처음 들렸다 아니 처음 알았다. 홍보가 덜된
것일까? 아니면 나만이 모르고 있었던가? 차를 주차하고 안내 MAP에 따라 걸어 오르며
안내장을 우선 읽는다. 이안 숲속은 우리나라 자생 식물종의 현지보존과
산림에 대한 자연학습 교육을 목적으로 '99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하여
열대식물관을 비롯한 각종 전시관과 하늘마루등 테마별 공간을 조성하고 2007년 완공
되었다고 한다. 자녀에게는 사계절 내내 자연 학습장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도심을 떠나 자연의 편안함과 호젓함속으로 마음의 안식을 갖는 쉼터로서
활용하고자 함이라는 원장님의 취지 글이 적혀있다.


길따라 오르는 길.
가을 억새가 은빛으로 피었다 바람에 일렁이며 마치 춤이라도 추는 모습이다. 일요일이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붐비지는 않았다. 여기 저기 잔디밭에 텐트가 설치된 야영장.
아이들은 뛰어놀고 젊은 부부는 점심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야영도 가능하고 숲속내엔 펜션도 있다
머물수 있는 수목원이다. 우선 넓다. 조성되었지만 자연그대로를 많이 살려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마치 내가 어릴적 뛰놀고 성장했던 마을 뒷동산 같다


감나무엔 노란감이 주렁주렁 달렸다

먼저 세계 야생화 전시관에 들린다. 이곳은 2002년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 개최시 출품
되었던 야생화란다. 꽃도 아름답지만 형상화한 기획작품이 돋보인다.

 
철모의 총탄 구멍속으로 성장한 나무. 이름도 '38선의 비애'였다

희귀 식물과 분재나무, 꽃 그리고 형상화된 작품들이 기기묘묘하게 자생하며 아름다움의
극치를 표현하고 있었다 꽃 향기, 희귀종에 대한 호기심,
어릴적엔 산에서 들에서 자주 만났지만 지금은 보기 어려운 희귀종들. 작지만 아름다운 분재.
꽃도 피고 옆매도 맺었다. 관리하시는 분이 열심히 물을 주고 계셨다. 350평 전시관에
전시된 1,500여점의 야생화와 나무. 한참을 둘러 보아야 다 볼수 있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모습이 생생하다. 그리고 위쪽으로 열대 식물관.
실제 바나나도 주렁 주렁 달렸고 열대 지방의 꽃과 나무들이 온실속에서 풍요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름 모르는, 아니 처음보는 식물, 그리고 꽃과 나무가 신비롭게 배치되어 자란다


인공 동굴관엔 마치 천연 동굴관이라도 들어온양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앞에 숲과 계곡. 물 줄기를 따라 물은 순환하고
그 계곡과 연못엔 비단잉어가 여유롭게 유영하며 노닌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함축시킨 맑고 건강한 한반도를 형상화하여 전통 한국 농촌
마을을 연출한 실내조경관. 괴목 화석 전시관에는 약 1500년 묵은 철쭉 나무 뿌리로
만든 공작새등 희귀화석 괴목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렇게 대형전시관을 돌아보고 올라오면 작은 풍차가 예쁘게 돌아가는 이브의
언덕을 만난다 바람힘에 돌아가는것은 아니고 전기의 힘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언덕위에 빨간지붕 풍차는 이안 숲속을 대표하는 사진
촬영 장소란다. 그 옆 잔디위에 놓여진 나무 의자는 한가롭게
자연의 풍광을 바라보며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의 지정석쯤으로 되어 보인다

 

 

 

돌계단, 잔디, 각종 암석등을 구경하며 발을 조금 옮기면 작은 절을 만난다
작지만 '대웅전'이란 현판은 또렸하다 그 아래 하늘마루 공간은 음악 콘서트,
어린이 미술 대회등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 마음껏 뛰노는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 맞은편엔 아름답고 예쁜 펜션이 지어졌고,
그 앞에는 야외 수영장이다. 가을이라 물을 빼버려 텅빈 콘크리트 구조물이 되고 말았지만
한 여름 어린아이들 물놀이 하기엔 제격, 나무 그늘 아래를 오가며 쉬다가 골프 퍼팅장
에서 퍼터 게임이라도 한다면 쉼의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아이들은 물놀이하고 어른들은 퍼팅게임 즐기고..

 

 

 

주차장 옆 연못, 정자가 예쁘게 지어졌다 그 안에서 어느 동호인들이 모임을 하고 있나 보다
분수대에서 물줄기는 뿜어지고, 암석위 폭포에서는 쉼없이 물이 떨어지고 있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향곡처럼 들리는 곳. 그곳이 이안 숲이다


이안숲은 산책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 여기 저기 피어있는 야생화.
그리고 숲과 나무, 정녕 전시관에 들리지 않아도 시원한 자연의 향기, 숲의 내음을
만끽할 수 있는 조용한 수목원이다. 계절따라 피는꽃도 아름답겠지만 지금같은 가을날
단풍의 묘미를 멀리가지 않아도 볼수있고 느낄수 있는 곳이다.

 

계룡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산바람, 걱정 근심없이 살아가는 새들의 맑은 지저귐 소리.

포장되지 않은 산책로, 억새와 과실수가 스스로 피고 열리는 자연생태계.
그런속을 여유롭게 걷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따끈한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한모금씩
마셔가며 느껴보는 가을의 정취. 누가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라 했는가?


떨어지는 낙엽 하나만으로 과대평가 해버린 결과가 아닐까?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자 결실의 계절이다.
추수의 계절이고 마무리하는 계절이다 나무가 잎새를 버리는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새 봄,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삶의 수단이다
낙엽을 만들지 못하면 그는 같이 죽을 수 밖에 없다. 영양분을 얼어버린 땅속에서
흡수할수 없기 때문이다

 

버려진 낙엽은 쓰래기가 아니다 다시 썩어 밑거름이 되는 영양의 보고다
이 가을날,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있는 이안숲을 찾아 보는것도
재미있으리라 흩어진 낙엽도 밟아보고 겨울로 향하는 수목원 나무와 숲들의 자생적인
동면 준비모습도 느껴보자
참 오기를 잘했다, 멋진곳이었다


갑사가는길에 만난 '이안 숲 속'
나는 그저 이안숲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갑사는 가지도 못했다. 자주 간적이 있기도
하지만 "이안 숲"의 매력에 빠져 버렸기에----.

 

그곳엔 가을이 소리없이 와서 우리들을 부르고 있었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옷을 입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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